고양이를 죽이면 사형?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와 고양이 미라의 놀라운 역사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와 고양이 미라의 놀라운 역사

2026-04-27

프롤로그 | 고양이 한 마리가 죽다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의 어느 부유한 상인 집안에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난 것이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족들은 마치 사람이 죽은 것처럼 눈썹을 밀었어요. 이집트에서 눈썹을 미는 것은 극도의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웃들은 조문을 왔고, 사제를 불러 기도를 올렸습니다. 고양이의 시신은 향료와 린넨 천으로 정성스럽게 감싸져 미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무덤에 쥐 모양의 부장품과 함께 묻혔습니다. — 저세상에서도 심심하지 않도록 말이죠. 이것은 특별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지던 일상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고양이가, 한 문명 전체의 신앙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요?

1장 | 사막의 나라에서 고양이가 구원자가 된 이유

고대 이집트를 상상할 때 우리는 피라미드와 파라오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집트 문명의 실질적인 생명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나일강 유역의 곡물 창고로, 밀과 보리를 가득 채운 창고는 이집트의 심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심장을 갉아먹는 존재가 있었으니, 쥐와 뱀이었습니다. 쥐 떼는 곡물을 먹어치웠고, 독사는 창고 근처에 숨어 사람을 위협했으니까요. 그때 나타난 것이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사냥했고, 뱀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코브라와도 맞서 싸웠습니다. 이렇듯 이집트인들의 눈에 고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문명을 지키는 수호자나 다름없었죠. "나일강이 이집트에 물을 주었다면, 고양이는 이집트에 빵을 지켜주었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집 안으로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실용적인 이유였죠. 하지만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다른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의 우아한 움직임, 밤에도 빛나는 눈, 예측할 수 없는 행동 — 이집트인들은 그 안에서 신성함을 보았습니다.

2장 | 바스테트의 탄생 — 고양이가 여신이 되다

처음부터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이집트 신화에서 바스테트(Bastet, 혹은 Bast)는 암사자의 머리를 가진 전쟁의 여신이었습니다. 사나운 태양의 열기를 상징하며, 적을 불태우는 파라오의 수호신이었죠. 지금 우리가 아는 온화한 고양이 여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변화는 기원전 1000년경 무렵 시작되었습니다. 이집트 사회가 점차 안정되고 농경문화가 중심이 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신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전쟁보다는 풍요, 공포보다는 보호. 암사자의 맹렬함은 고양이의 부드러움으로 천천히 변모했고, 바스테트는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머리를 한 여신

그녀의 손에는 시스트럼(sistrum)이라 불리는 악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 딸랑딸랑 소리를 내는 악기로, 기쁨과 축제를 상징했죠. 그리고 다른 손에는 방패와 작은 바구니가 들려 있었습니다. 집을 지키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정에 음악과 춤을 가져다주는 여신인 것입니다. 바스테트가 관장한 것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정의 평화와 보호 • 임산부와 어린이의 수호 • 풍요와 다산 • 음악, 춤, 기쁨 • 질병으로부터의 보호 • 태양의 자비로운 측면 이집트인들에게 바스테트는 완벽한 어머니이자 수호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상징이 바로 고양이였기 때문에, 고양이는 신과 동격의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죠.

3장 | 부바스티스 — 고양이 여신의 성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 지대에 부바스티스(Bubastis)라는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바스테트의 성지였고, 이집트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는 기원전 5세기경 이곳을 직접 방문하고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매년 봄, 나일강을 따라 수십만 명의 순례자들이 배를 타고 부바스티스로 향했습니다. 배마다 음악이 흘렀고,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었죠. 강변의 마을을 지날 때마다 아름다운 여성들은 노래를 하고, 남성들은 악기를 연주했습니다. 이 축제에 모이는 인파는 이집트 그 어떤 행사보다도 많았습니다 — 헤로도토스의 추산으로는 무려 70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70만 명? 고대 세계에서 이 숫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사람들은 바스테트 신전에 봉헌물을 바쳤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포도주가 흘렀고, 향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신전 경내에는 수백 마리의 신성한 고양이들이 사제들의 보살핌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들은 바스테트의 현신으로 여겨졌으며, 그들의 울음소리와 행동은 신탁으로 해석되었습니다.

4장 |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 — 법 위에 선 동물

이집트에서 고양이의 지위는 단순한 종교적 상징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법으로 보호하는 존재였죠. 고양이를 죽이는 행위, 설령 그것이 실수였다 해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헤로도토스는 실제로 로마인 한 명이 실수로 고양이를 죽였을 때, 이집트 군중이 그 자리에서 그를 처형했다는 사건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파라오의 사절이 나서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충격적인 역사 기록이 있습니다. 기원전 525년,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 2세가 이집트를 침공했습니다. 그는 이집트인의 고양이 숭배를 알고 있었고,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습니다. 페르시아 군인들은 방패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거나, 심지어 살아있는 고양이를 방패 앞에 묶어 전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집트 군인들은 고양이를 해칠 수 없어 화살을 쏘지 못했고, 결국 이집트는 페르시아에 무너졌습니다. 신앙이 전략이 되고, 그 전략에 나라가 패한 것이죠. 역사에서 이보다 아이러니한 장면이 또 있을까요?

5장 | 눈썹을 밀다 — 고양이의 장례

다시 프롤로그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집트 가정에서 고양이가 죽으면, 가족들은 눈썹을 밀었습니다. 이것은 이집트에서 깊은 슬픔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방식이었죠. 사실 개가 죽으면 머리카락 전체와 몸의 털을 밀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죽으면 눈썹만 밀었죠. 개보다는 덜하지만, 충분히 애도를 표할 만큼 고양이의 존재도 중요했습니다. 고양이의 시신은 그냥 묻히지 않았습니다. 전문적인 방부 처리사가 불려와 미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포로 정교하게 감싸고, 때로는 고양이 모양으로 조각된 나무 관에 넣었습니다. 눈 부분에는 색을 칠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부장품으로는 작은 쥐 미라가 함께 묻혔죠. 저승에서도 사냥을 즐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늘날 이집트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는 수십만 구의 고양이 미라가 발견되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반려동물이 아닌, 신전에 봉헌용으로 제작된 것들도 많았습니다. 부바스티스 신전 근처에서는 고양이 공동묘지 전체가 발굴되기도 했죠. 바스테트를 향한 신앙이 얼마나 깊었는지, 그 숫자가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6장 | 바스테트가 남긴 것들

이집트 문명이 쇠락하고 로마의 지배를 거치면서, 고양이에 대한 신성한 숭배는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기원후 390년경, 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이교 신앙을 금지하면서 바스테트 신전의 불도 꺼졌습니다. 하지만 바스테트의 흔적은 생각보다 훨씬 멀리까지 남았습니다. 고양이가 유럽으로 퍼진 경로 자체가 이집트와 연결되죠. 이집트 상인들의 배에 올라 지중해를 건넌 고양이들이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오늘날 우리가 기르는 집고양이의 직접적인 조상이 되었습니다. 유전자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집고양이의 공통 조상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고양이로 추정됩니다. 바스테트의 고향, 바로 그곳이죠. 또한 바스테트는 후대의 문화에서도 계속 모습을 바꾸며 살아남았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아르테미스 여신과 동일시되었고, 고양이를 신성시하는 문화는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 여신 캐릭터의 원형은 결국 바스테트에 닿아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집에 들이고, 밥을 주고, 무릎 위에 올려두고, 죽으면 진심으로 슬퍼합니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바스테트는 여전히 살아있죠.

에필로그 | 고양이는 알고 있을까?

오늘도 햇살 좋은 창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깥을 바라봅니다. 4000년 전, 그 조상들은 파라오의 궁전을 걸었습니다. 신전에서 신탁을 내렸고, 70만 명이 모인 축제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죽으면 향료로 감싸져 영원을 향해 잠들었습니다. 지금의 제 곁에 있는 고양이는 그것을 알고 있을까요? 저 여유롭고 도도한 눈빛을 보면, 아마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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